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9월]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요. 치매인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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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요. 치매인가요? >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이주희
평소 건강했던 70대 할아버지가 1주 전부터 엉뚱한 소리를 하고 헛것이 보이는 듯 행동한다며 자녀와 함께 병원에 방문합니다. 할아버지는 1달 전까지만 해도 기억력이 정정하고, 자녀들의 도움 없이도 잘 지내셨던 분이었으나 1달 전부터 폐렴으로 몸이 쇠약해져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주일 전부터 잠을 잘 못 자고,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고, 허공을 보며 사람이 서 있다고 하는 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도 다음 날 아침에는 평소처럼 멀쩡해지기도 합니다. 자녀는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어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섬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증후군이며, 종합병원의 입원 환자들에게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입원기간을 연장시키는 질환입니다. 증상으로는 기억력, 주의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의 변화를 보이며 수면 패턴의 변화나 환각,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서 섬망의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중환자, 수술환자, 노인환자에서 높게 발생합니다. 노인 환자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치매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는 경우 치매와 섬망의 감별이 필요하며, 치매가 있는 상태에서도 섬망 동반 여부를 항상 살펴 보아야 합니다.
섬망을 정의할 때 인지기능의 저하가 갑자기 발생하여 하루 동안 증상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섬망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주요한 특징은 급성 발현, 주의결핍 및 의식의 변화 양상이므로 이에 대해 꼭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우울증 및 타 정신 질환들도 인지기능 저하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감별이 필요합니다.
섬망의 원인은 다약제 사용, 급성 감염, 영양불균형, 동반 질환, 성별 등 매우 다양한데 이러한 인자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하여 섬망이 발생하게 됩니다. 때문에 섬망에 대한 평가와 진단은 여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집니다. 현재 환자의 인지기능 상태를 평가하고 이전 인지기능과 비교를 해야 합니다. 그 외에 동반된 질환 여부, 약물 복용력, 음주력 및 환자의 주위환경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적절한 평가와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력에서는 최근에 변화된 약물 사용의 파악과 더불어 일반의약품 및 한약과 같은 건강보조제의 복용 여부도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신체검진과 검사를 통하여 섬망의 원인이 되는 특정 질환의 발현이나 악화 여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섬망은 입원기간의 장기화, 사망률의 증가, 요양병원으로의 전원, 신체기능의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섬망의 가능한 원인들을 규명하여 이후 증상의 조절 및 관리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일 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의식의 상태가 변하고,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하기 때문에 치매나 정신적인 문제로만 보고 섬망이 있는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치료 및 관리를 진행하지 못 하는 것입니다. |